자동차에 문제가 생겨 정비 서비스를 받으려 할 때, 고객에게는 여러 궁금증과 고민이 생깁니다. 주행 중 들리는 소리가 큰 고장의 신호는 아닌지, 수리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정비 후에는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을지 걱정하죠. 그래서 고객을 위한 정비 서비스는 차량의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하는 동시에, 고객이 느끼는 걱정을 덜고 궁금증도 풀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과 필요한 조치, 정비 결과를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하죠. 결국, 차량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고장 원인을 진단하는 전문성과 고객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능력도 함께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2026년 7월 1일 공식 운영을 시작한 수원하이테크센터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현대자동차의 고난도 정비 거점입니다. 현대차는 기존에 수원시 영통구에서 운영하던 센터를 용인시 기흥구로 이전하고,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5만1,497㎡ 규모의 시설을 새롭게 조성했습니다. 이곳의 건축과 진단 설비, 고객 응대 방식은 정비 서비스의 전 과정을 고려해 설계됐습니다.
중·고난도 진단과 정비에 전문화된 하이테크센터는 일반 병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을 치료하는 종합병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전국 블루핸즈와 함께 고객의 다양한 차량 문제를 해결하지만 하이테크센터는 그중에서도 정밀한 분석과 높은 수준의 정비 기술이 필요한 작업을 담당하죠.
수원하이테크센터의 첫인상은 원형 타워 형태의 건축에서 시작됩니다. 외벽을 둘러싼 루버가 빛의 유입과 반사를 조절하고, 1층 고객 라운지인 아트리움에는 자연 채광과 조경이 어우러집니다. 사방으로 열린 아트리움에 차량 입고장과 상담 부스를 연결하고, 제네시스 컬렉션 전시 공간도 마련했죠. 정비를 기다리는 시간 역시 고객이 경험하는 서비스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공간 설계는 차량을 이동하고 정비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센터의 시설과 인력, 현장 인프라를 총괄하는 수원하이테크센터 비즈니스운영팀 팀장 정규철 책임매니저는 새로운 센터의 특징을 스마트 물류·자동화 인프라와 고객 중심 서비스 환경의 결합으로 설명했습니다.
“기존 센터에서는 직사각형 구조를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동선이 중심이었다면, 수원 센터는 원형 구조의 중앙 집중식 설계를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카 리프트를 활용한 수직 이동과 부품 이송용 자율주행 로봇을 결합한 동선 체계를 갖췄습니다. 고객의 정비 경험을 디지털화하고, 1:1 담당 엔지니어 응대 체계도 마련했습니다.”
2층에는 현대차, 4층에는 제네시스 차량을 위한 정비 공간이 자리합니다. 3층에서는 고난도 정비를 수행하고 연구소와 협업해 차량 문제를 분석하죠. 거점 기술교육 센터(RTC, Regional Service Training Center)도 3층에 마련돼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블루핸즈 엔지니어에게 신차의 구조와 신기술 진단 방법, 새로운 진단장비의 활용법을 이론과 실습으로 교육합니다. 센터는 수소전기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FCEV)를 위한 별도 정비 공간도 갖췄습니다.
정비 현장은 엔지니어 한 명에게 하나의 작업 공간을 배정하는 ‘1인 1스톨(Stall)’ 체계로 구성됩니다. 각 스톨에는 공구함과 노트북, 모니터가 마련돼 있죠. 엔지니어는 이 장비를 활용해 차량 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한 부품을 전산으로 주문해 정비를 진행합니다.
수원하이테크센터의 정비 준비는 고객이 방문하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예약 내용을 확인하고 원격진단 서비스 플랫폼(Remote Diagnosis Service Platform, RDSP)으로 차량 상태를 살피는 것이죠. 차량에 기록된 고장코드와 운행 데이터를 분석해 예상 원인을 검토하고, 필요한 부품과 진단 장비를 미리 준비합니다. 차량 특성과 고객의 불편 사항에 맞춰 시운전 계획과 진단 절차를 세우는 데도 사전 정보를 활용합니다.
정규철 팀장은 사전 분석부터 출고까지 각 단계의 정보를
연계해 관리하는 방식을 소개했습니다. “입고 전 원격진단 시스템으로 차량 상태를 분석하고, 필요하면 부품을 사전에 청구합니다. 고객 접수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차량 진단 시스템인 GDS(Global Diagnostic System) 모바일 태블릿으로
관리하고, 카카오톡 알림으로 고객의 서비스 여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차량을 가지고 센터에 방문해 드롭존에 차를 세우는 순간,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고객은 키오스크에서 예약한 차량의 번호를 입력해 접수한 뒤, 배정된 엔지니어와 상담합니다. 한 명의 엔지니어가 입고 상담부터 진단과 정비, 출고까지 담당하는 방식이죠. 같은 엔지니어가 고객이 처음 전달한 불편 사항부터 점검 결과와 정비 조치 내역까지 살핍니다. 고객은 차량을 맡은 담당자에게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전담 엔지니어는 지정된 상담 부스로 고객을 안내하고 자기소개를 한 뒤, 진단 장비를 활용해 차량 상태와 불편 사항을 함께 확인합니다. 상담 공간 바로 옆에 고객이 맡긴 차량이 있어, 실제 차량을 함께 살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주행 중 나타나는 문제라면 고객과 엔지니어가 차량에 함께 탑승해 센터 밖으로 나가 증상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수원하이테크센터 하이테크서비스팀 박훈빈 서비스엔지니어는 상담 과정에서 고객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합니다. “상담 시에는 증상이 발생하는 조건과 운행 패턴까지 면밀하게 파악합니다. 독립된 상담 부스에서 고객과 일대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소통할 수 있어 요구사항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전 데이터만으로는 고객이 어떤 순간에 불편을 느꼈는지 모두 알기 어렵습니다. 상담은 기록된 정보와 실제 운전 경험을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전담 엔지니어는 어떤 상황에서 소리가 났는지, 증상이 반복되는지 고객과 함께 확인한 뒤 자신의 스톨로 차량을 옮겨 정밀 진단을 진행합니다.
신속한 정비를 위해서는 필요한 부품이 적절한 시점에 작업장에 도착해야 합니다. 수원하이테크센터에서는 엔지니어가 청구한 부품 정보가 지하 1층 현대모비스의 부품 관리 시스템으로 전달되고, 창고에서 준비한 부품이 자율주행 로봇(Autonomous Mobile Robot, 이하 AMR)을 통해 정비 현장으로 이동합니다.
정규철 팀장은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부품 공급 과정이 정비에 걸리는 시간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차량 입고, 부품 불출, 부품 이동, 차량 정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합니다. 부품 수급 현황과 물류, 정비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협의체를 통해 병목 현상을 사전에 진단하고 해결하고 있습니다.”
부품을 창고에서 꺼내 공급하는 ‘불출’에 앞서 수요에 맞는 재고 준비가 필요합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6개월간 부품이 들어오고 나간 현황을 바탕으로 재고를 관리합니다. 기본 품목과 계절별 수요가 늘어나는 부품을 미리 확보하고, 준비하지 못한 품목은 인근 부품사업소와 대리점의 지원을 받아 공급하죠.
소형 부품의 보관과 출고 과정에는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로봇이 해당 부품이 담긴 보관함을 작업자에게 가져오면, 담당자는 필요한 부품을 선별하고 스캔한 뒤 운반용 대차에 적재합니다.
이 대차를 AMR이 들어 올려 작업장으로 운반합니다. 센터 내 물류 배송을 맡은 현대글로비스의 관제 시스템은 AMR의 이동과 AMR 전용 화물 승강기의 호출을 조율합니다. 부품이 도착하면 엔지니어가 부품을 받고 태블릿으로 수령 완료 신호를 보냅니다. 부품 배송을 완료한 AMR은 복귀해 다음 운행을 준비하죠.
중·소형 부품은 AMR 한 대가 여러 작업 구역을 순회하며 전달하고, 대형 부품은 하역 편의와 안전을 고려해 한 곳으로 바로 운반합니다. 긴급 주문이 들어오면 여러 주문을 모아 배송하기 위한 대기 과정을 생략하고, 부품이 준비되는 즉시 AMR이 출발합니다.
차량을 다른 층으로 옮길 때는 라운지를 둘러싼 카 리프트를 활용합니다. 고객은 라운지에서 자신의 차량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오전처럼 입고가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차량과 고객이 몰릴 수 있어 정비 일정과 이동 동선을 분산해 관리합니다. 엔지니어의 불필요한 이동과 대기를 줄이고, 차량을 진단하고 정비하는 데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빠른 정비만큼 중요한 것은 정확한 원인 규명입니다. 특히 특정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소음이나 진동,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고장은 증상을 재현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수원하이테크센터가 정밀 진단과 고난도 정비를 위한 전문 인력과 분석 환경을 갖춘 이유죠. 이런 증상의 경우 같은 문제로 고객이 다시 방문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엔지니어가 유사한 정비 사례를 찾아보는 등 사전 준비부터 세심하게 접근합니다.
3층에서는 고난도 진단을 담당하는 전문 엔지니어들이 다른 층의 정비 현장을 지원합니다. 담당 엔지니어는 1차 진단만으로 고장 원인을 찾기 어려울 때 데이터&NVH 분석실, 품질합동분석실과 협업합니다. NVH(Noise, Vibration and Harshness)는 소음과 진동, 거친 승차감을 뜻합니다.
박훈빈 서비스엔지니어는 “소음·진동 문제나 원인 규명이 어려운 간헐적 고장은 1차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 조직과 협업”한다며, “정밀 측정 장비로 실주행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필요하면 본사 품질·연구 조직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다각적인 검증을 진행합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진단과 정비가 원활하게 이어지려면 첨단 설비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수원하이테크센터는 장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구성원들의 판단과 소통이 더욱 필요합니다.
정규철 팀장은 현장 구성원들의 협력으로 대응했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첨단 자동화 시스템도 실제 현장에서 운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럴 때는 직원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부품·물류 담당자와 엔지니어가 즉시 협력해 사람이 직접 부품을 운반할 동선을 맞추고 작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고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도 합니다. 시스템은 효율적인 틀을 제공하지만, 서비스의 완성은 언제나 사람 간 유기적인 소통에서 이뤄진다고 봅니다.”
정비가 진행되는 동안 고객은 모바일 앱으로 예상 작업 시간과 진행 상황을 안내받습니다. 어떤 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비를 마친 차량은 카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입고할 때처럼 상담 공간 옆에 놓입니다. 고객은 조치 내역과 정비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필요한 경우 엔지니어와 차량을 함께 살피며 수리한 부분을 직접 확인하고 궁금한 점을 해소할 수 있죠.
출고 전에는 엔지니어가 필요한 정비 작업이 제대로 완료됐는지 확인하고, 시운전으로 동일 증상의 재발 여부를 점검합니다. 작업 부위의 안전성과 차량의 청결 상태까지 살핀 뒤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합니다. 박훈빈 서비스엔지니어는 정비를 마친 순간의 보람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여러 차례 정비를 받았음에도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했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고객으로부터 ‘이제 안심하고 운행할 수 있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전담 엔지니어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죠.”
현대차가 추진하는 서비스 고도화의 대상은 수원하이테크센터를 포함한 전국 22개 하이테크센터입니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에 필요한 정밀 진단·고난도 정비 역량을 이들 거점에 단계적으로 갖춰 나갈 계획입니다. 수원하이테크센터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출발점입니다.
수원하이테크센터의 새로운 공간과 설비는 고객의 차량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가치를 드러냅니다. 방문 전에 차량 상태를 살피고, 고객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필요한 부품과 전문 진단 인력을 연결하는 것이죠. 고객이 센터에 머무는 순간부터 다시 운전대를 잡을 때까지, 신속하고 정확한 정비와 세심한 설명으로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자동차 기술이 더욱 고도화될수록 첨단 설비와 정비 전문성, 고객을 이해하는 세심함을 함께 갖춘 서비스가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사진. 임한수